없어서 못산다는 ‘문스와치’
시계 하나가 출시 직후 오픈런을 일으키고 품귀 현상까지 빚게 하더니 이제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제품 가격의 3배가 넘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시계 브랜드 스와치와 오메가가 협업하여 만든 30만 원대 ‘문스와치’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난 3월 26일 출시하자마자 진기한 장면이 펼쳐졌는데요. 전 세계 매장에서 새벽부터 이 시계를 사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던 것. 스위스 제네바, 이탈리아 밀라노, 홍콩, 일본 도쿄 등 세계 주요도시 모든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었습니다. 이날 서울 명동 스와치 매장에도 사람들이 매장 주위를 둘러싸고 매장 앞에 긴 줄을 섰다고 합니다.
문스와치는 스와치가 오메가의 문워치를 오마주(존경의 의미를 담은 재해석)한 제품입니다. 문워치는 196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와 함께 역사적인 달 탐사 여정에 동행한 시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롤렉스와 함께 명품 시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신품 가격은 900만원이 넘습니다. '문스와치'는 오메가의 문워치 디자인을 바탕으로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들을 주제로 만든 컬렉션이기에 출시 이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었습니다. 고가의 브랜드인 오메가의 로고가 박힌 시계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점과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컬렉션이기에 소장 가치는 더더욱 높아졌습니다.
다행히도 문스와치는 리미티드 에디션은 아니라고 합니다.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살 수 있겠죠.
스위스는 16세기부터 지금까지 약 400년 동안 전 세계 시계 산업을 이끌고 있는 나라입니다. 2017년 기준 시계 시장에서 롤렉스, 오메가, 티쏘, 라도 등 스위스 기반의 시계 브랜드 시장점유율은 50%를 상회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는 스위스 시계도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1969년 일본의 시계회사 세이코가 기계식 보다 300배 정확하고 가격은 훨씬 더 저렴한 전자식 작동 방식의 쿼츠 시계를 제작해 출시한 것입니다. 이 때가 귀족들과 부자들만 착용하던 시계가 처음으로 대중화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장인 정신'만을 고집하며 여전히 태엽을 감아 사용하는 고가의 시계만을 생산했던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은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스와치(Swatch)'의 등장으로 약 10년 만에 다시 정상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스와치의 차별화는 '디자인'
컨설팅 기업 하이에크 엔지니어링의 니콜라스 하이에크(Nicolas Hayek)가 스위스 시계 산업 전반을 진단하고, 시계 시장의 90%의 비중을 차지하는 '저가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계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습니다. 아시아 시계 브랜드들의 가격 경쟁력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었고, 이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했는데, 그가 생각한 차별화는 '디자인'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시계 가치의 척도는 '정확도'에 있었는데 시계 제작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정확도는 더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시계에 디자인적 요소를 넣는 역발상을 한 것입니다.
니콜라스 하이에크는 '스와치'라는 독립적인 브랜드로 현대적인 디자인에 기존 브랜드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색상의 시계를 내놓았고, 출시 1년 만에 100만 개가 팔리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후에도 6주에 한 가지 이상의 새로운 디자인을 가진 시계를 출시해 '시계는 곧 패션 소품'이라는 새로운 상징성을 부여했습니다.
스와치그룹의 또다른 시계들
스와치(Swatch)라는 브랜드명은 '스위스 대표 시계'라는 뜻의 'Swiss Watch'와 부담 없이 찰 수 있는 '두 번째 시계'라는 뜻의 'Second Watch'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스와치는 기존의 인식을 뒤엎고 손목시계를 언제든 바꿔 착용할 수 있는 캐주얼(Casual)한 패션 소품으로 재정의하여, 사람들이 시계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바꾸며 즐겨 착용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하게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와치의 로고디자인은 자사 고유의 서체를 적용한 'swatch'를 소문자로 표기했으며 브랜드명의 오른쪽에 스위스 국기를 함께 사용하는데, 이는 스위스 시계 산업의 자신감을 대변하고 자국 제품의 품질과 신뢰성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스와치그룹은 프레스티지에서 베이식 라인에 이르기까지 총 20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가 시계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브레게나 블랑팡, 자끄드로즈, 오메가 같은 명품 브랜드를, 가격을 약간 낮추려면 론진이나 라도를, 아예 중저가 시계를 찾는다면 티쏘나 미도, 해밀턴, 피에르발망, 캘빈클라인 등을 찾을 것입니다. 모두 스와치 그룹에서 나오는 시계 브랜드들입니다.
스와치의 디자인 원칙
스와치는 앞서 소개한 고가의 다른 브랜드들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입니다. 선명한 원색이나 부드러운 파스텔 톤은 물론 화려한 꽃무늬나 일러스트를 집어넣기도 하고 아무렇게나 물감을 흩뿌린 것처럼 얼룩덜룩한 무늬를 집어넣은 시계도 있습니다. 과시하는 듯한 현란한 색깔에 요란한 스타일은 눈에 띄지 않을래야 띄지 않을 수 없는 스와치만의 개성입니다.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들이 프리미엄과 럭셔리를 표방할 때, 스와치는 합리적인 가격과 트렌디한 디자인을 무기로 모두가 좋아할 수 있고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시계를 선보여 왔습니다.
스와치의 디자인 원칙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유행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젊은 감각을 지녀야 하고
2. 활동적인 스포츠맨의 이미지를 담아내야 하고
3. 깔끔하면서도 세련돼야 하고
4. 동시에 스위스 시계의 클래식한 품격을 잃지 말아야 한다.
스와치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성과 희소성에 있습니다.
스와치는 미국 뉴욕과 이탈리아 밀라노에 디자인 연구소를 두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해마다 200여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냅니다.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3만 5천 개 정도를 찍고 나면 아예 주물을 폐기 처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덕분에 온갖 종류의 디자인이 쏟아져 나오면서도 각각 희소성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아티스트 컬렉션
스와치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일관성있게 유지할 수 있도록, 시계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고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특히 아티스트나 유명 디자이너들과 함께하는 컬렉션은 스와치 마니아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스와치 패키지 디자인
스와치의 새로운 사옥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반 시게루(Shigeru Ban)가 설계한 스와치의 새로운 본사는 뱀처럼 늘어선 건물의 길이가 240m, 폭은 35m, 가장 높은 지점에서의 높이는 27m(약 5층), 모든 부서를 위한 지상 면적은 2만 5,000 제곱미터에 달해 그 외관부터 엄청난 위용을 자랑합니다.
마치며
지금까지도 스와치는 전 세계 1위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최고의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나, 파네라이, 까르띠에, IWC, 피아제 등을 거느린 리치몬트(Richemont) 그룹과 불가리, 태그호이어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 그룹도 시장점유율로는 스와치 그룹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상 합리적인 가격과 특별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계 브랜드 '스와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참고:
- 스와치 공식 홈페이지(http://www.swatch.com)
- 스와치 그룹 공식 홈페이지(http://www.swatchgroup.com)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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